학문의 즐거움 책리뷰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 김영사 / 2008년 7월 28일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토통해버린

어느 늦깎이 수학자의 인생 이야기

2022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를 수학자의 길로 이끈 책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국내 유일 출간작!

학문의 즐거움

이 글은 예전 제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 온 포스팅입니다. 2011년 5월말에 썼던 글임을 밝혀 둡니다. 12년이 지난 현재 바뀐 것이 많습니다.

먼저 이 책은 평소 존경하는(2011년 기준임. 현재 2023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안철수씨의 저서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저자가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 소개되어 있어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다가 이틀 전에야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을 쓴 히로나카는 일본의 수학자로 1964년에 증명한 <위수 0인 체 상에서 정의된 대수다양체의 특이점해소 정리>로 1970년에 수학의 노벨상 격인 필즈 메달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수학자가 자신이 평생을 살면서 학문에 관해 느꼈던 생각들을 젊은이들을 위해 풀어 쓴 것입니다.

책의 제목은 ‘학문의 즐거움' 입니다. 그렇다면 학문을 하면 뭐가 즐거울까요? 이에 대한 답이 이 책의 내용일 것입니다. ‘학문의 즐거움’에 앞서 ‘학문'은 무엇인가요? 학문(學問, Learning, Science)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책의 서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밖에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 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밝히겠다.”

그 이유라는 것은 한 마디로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지혜의 뜻은 무엇인가요? 지혜란 이치를 빨리 깨우치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입니다. 또한 저자는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라는 말로 창조의 중요성, 기쁨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창조를 위해 먼저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자면

“학문을 하여 지혜를 얻고 지혜를 얻어 창조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항상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우려고 했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참고 견뎌내며 끈기있게 노력했고, 실패를 통해 배웠으며, 유연성, 내적 욕망의 중요성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말해 줍니다. 물론 이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평생 실천하면서 노력해왔던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인식 자체가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까지 살면서 이 창조하는 기쁨을 크게 맛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 한 분야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구하고 기뻐하고 고민하고 노력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몇 일 내내 게임에 빠져 고민했던 기억들은 많지만(물론 그 경험들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긴 인생을 내다보며 이 것을 평생 공부해봐야지 하는 대상을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여 ‘학문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습니다.

✱독서 후 기록에 대한 생각

독서 감상문을 하나 쓰려고 하면 책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나의 생각들을 덧붙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많이 까다롭다. 일단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이를 쉽게 하려면 꼭 중간 중간 메모를 해야되겠다. 

또한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내용을 요약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를 통하여 '지혜'가 시나브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책을 하나 읽었더라도 내게 남는 지식과 지혜는 최소가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보며 '이 책 내용이 뭐였더라?'를 떠올려 봤을 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이렇게 기록을 했던 책들은 당장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내가 썼던 글을 다시 보면 어느 정도 책 내용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이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서야 나의 '지혜'로 자리잡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자녀의 독서 지도에 있어서는 이러한 독서 감상문 쓰기가 자칫하면 독서의 즐거움 자체를 빼앗아 갈 염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